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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운송인의 화재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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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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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운송인의 화재면책


최정민 변호사(법률사무소 智賢)


1. 사안


국내 자동차 제조사인 A사는 국내 해상운송회사인 B사에게, A사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차량 1,000대(이하 ‘본건 차량’)의 울산항에서 미국 필라델피아항까지의 해상운송을 의뢰하였다. 그리고 A사는 국내 보험회사인 C사와 본건 차량에 관하여 해상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리하여 본건 차량은 울산항에서 자동차 운반선(이하 ‘본건 선박’)에 선적되었다. 그런데 선적 작업 중 본건 선박의 1층 데크 주변에서 화재(이하 ‘본건 화재’)가 발생하였고, 이에 본건 차량이 대부분 훼손되었다(이하 ‘본건 사고’). 


조사 결과 발화지점은 본건 선박 1층 데크 주변으로 한정되고, 구체적인 발화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C사는 본건 차량 손해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고, B사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를 하였다. 그런데 B사는 본건 사고는 본건 화재로 인한 것이므로, 상법 제795조 제2항에 따라 면책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본건 사고에 대하여 B사가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2. 위 문제에 대한 답변


상법 제795조는 해상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동조 제1항에 의하면, 운송인은 자기 또는 선원 그 밖의 선박사용인이 운송물의 수령·선적·적부·운송 등에 관하여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운송물의 훼손 등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는 이른바 상사과실(商事過失)로 운송인의 과실이 추정되는바, 운송인이 면책되기 위해서는 운송인측에 상사과실이 없었음을 증명하여야 한다.


동조 제2항 본문 전단에 의하면, 운송인은 선장·해원·도선사 그 밖의 선박사용인의 항해 또는 선박의 관리에 관한 행위로 인하여 생긴 운송물에 관한 손해에 대하여는 면책된다. 이는 이른바 항해과실(航海過失)로, 항해상의 행위 또는 선박의 관리에 관한 행위는 고도의 기술성을 가지고 있어 운송인이 직접 관여하기 어렵기 때문에 운송인의 책임이 면제된다.


다음으로 제2항 본문 후단에 의하면, 운송인은 선박에서의 화재로 인하여 생긴 운송물에 관한 손해에 대하여도 면책된다. 선박에서의 화재는 거액의 손해를 발생시키고, 과실 판정이 곤란하므로 운송인의 책임을 면제하는 것이다. 다만 제2항 단서에 의하면, 선박의 화재가 운송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경우에는 운송인은 면책되지 않는다. 

그리고 운송인의 항해과실 면책이나 화재면책이 인정되는 것은 운송인이 감항능력주의의무(상법 제794조)를 다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예를 들어 선박의 발항 당시 운송인이 감항능력주의의무를 위반하였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는 운송인은 면책되지 아니한다.


위 유사사례에서 하급심 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시하면서 B사에 대하여 화재면책을 인정하였다.


첫째, 본건 차량의 훼손은 정박 중인 본건 선박의 1번 데크에서 발생한 원인미상의 본건 화재로 인한 것이므로, B사는 상법 제795조 제2항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면한다. 둘째, 본건 화재는 원인미상으로 발생하였고, 달리 화재 발생 및 진압 과정에서 B사의 과실이 있다고 볼 근거가 없으므로 동조 제2항 단서에도 해당하지 아니한다. 셋째, 본건 선박은 화재 발생시 화재를 진압하고 확대를 방지할 수 있는 충분한 물적 감항능력을 갖추고 있었고, 본건 선박에 승선한 선원들은 화재 대응 훈련을 이수하고 정상적으로 소방 훈련도 마쳤으므로 충분한 인적 감항능력도 갖추고 있었다.


그리하여 법원은 B사의 화재면책을 인정하고 C사의 청구를 기각하였다(관련 판결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가단5135498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