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상 해상운송인 책임제한 적용 여부가 문제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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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6-01-02본문
최정민 변호사(법률사무소 지현)
1. 사안
국내 로봇 제조회사 A사는 미국의 수입회사 B사에 로봇 암 20대(이하 ‘본건 화물’)를 수출하기로 하였다. 이에 A사는 국내 운송인 C사에게 본건 화물의 인천에서 부산항까지의 육상운송 및 부산항에서 미국 LA항까지의 해상운송을 의뢰하면서, 리퍼 컨테이너를 이용해 영상 18도로 운송할 것을 요청하였다.
이에 C사는 본건 화물의 국내 육상운송을 육상운송업체 D사에, 해상운송 및 컨테이너 제공을 선사 E사에 각각 재의뢰하였고, 본건 화물이 영상 18도의 온도 유지를 요한다는 점도 D사와 E사에 명확히 고지하였다.
그러나 E사 직원의 과실로 본건 화물의 운송에 사용될 리퍼 컨테이너(이하 ‘본건 컨테이너’)의 온도가 영하 18도로 잘못 설정된 상태에서 운송에 제공되었고, 이에 본건 화물이 영하 18도 상태인 본건 컨테이너에 적입된 채 인천에서 부산항 컨테이너 터미널까지 육상운송되었다. 이 과정에서 본건 화물은 수일간 영하 18도로 보관되어 냉동 손상을 입었다(이하 ‘본건 사고’).
이에 본건 화물의 적하보험자는 A사에 보험금을 지급한 다음, C사, D사 및 E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그런데 E사는 본건 사고에 대한 자신의 손해배상책임에는 상법 제797조 제1항에 따른 해상운송인 책임제한이 적용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이 타당한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2. 답변
우리 상법 제795조 제1항은 해상운송인이 운송물의 수령·선적·운송·보관·인도 등 전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상법 제797조 제1항은 그 책임을 포장당 666.67 SDR 또는 kg당 2 SDR 중 높은 금액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해상운송이 육상운송과 달리 고유한 위험을 수반하고 손해 규모가 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반면 육상운송에 대해서는 상법상 별도의 책임제한 규정이 없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상법 제797조의 해상운송인 책임제한은 ‘해상운송 중이거나 해상운송과 밀접 불가분하여 사실상 해상운송의 일부로 평가될 수 있는 구간’에서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최근 대법원은 위 사례와 유사한 사안에서, ① 본건 사고가 육상운송 과정에서 발생하였고 해당 육상운송은 D사가 담당한 점, ② E사가 본건 컨테이너를 제공한 행위를 해상운송인으로서 운송물의 수령·보관 행위로 볼 수 없고, 컨테이너 온도를 잘못 설정한 행위를 해상운송에 고유한 위험으로서 그로부터 해상운송인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③ 비록 본건 화물이 부산항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장기간 보관되는 과정에서 손해가 확대되었더라도, 이를 근거로 E사가 해상운송을 개시하였다거나 해상운송에 관한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본건 사고에 대한 E사의 책임에는 상법 제797조 제1항의 해상운송인 책임제한이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본건에서 E사가 본건 컨테이너의 온도를 잘못 설정한 과실에 대한 책임의 근거는 상법 제795조 제1항이 아니라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책임이다.
또한 본건 사고는 본건 화물의 해상운송 중 발생한 것이 아니므로 E사의 손해배상책임에 상법 해상편 규정이 적용될 수도 없다.
따라서 본건 사고에 대한 E사의 손해배상책임에는 상법 제797조 제1항의 해상운송인 책임제한이 적용될 수 없다.



